“때로는 모든 게 정말 순식간에 간단해지죠. 모든 게 한 순간에 바뀌어버리는 것 같아요. 자기 몸 밖으로 빠져 나오는 거예요. 자신의 삶 밖으로요. 밖으로 나오면 자신의 상황이 아주 분명하게 보이죠.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하죠. 제기랄, 다 엿 먹어라.” (넷플릭스 시리즈 <빌어먹을 세상 따위> 시즌1 1화)

열일곱 앨리사는 가식적인 남성과 재혼한 엄마, 그리고 갓난 아기 동생과 사는 하루하루가 미칠 듯이 싫다. 정원에서 파티가 열린 어느 날 아저씨가 부엌에서 마주친 앨리사에게 말한다. “정 그렇게 싫다면 떠나렴. 우리 모두를 위해서.” 그리고는 앨리사를 불쾌하게 터치한다. 그 장면을 목격한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앨리사를 바라보다 돌아선다.

앨리사는 2층 베란다로 나와 파티에 모인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독백을 한다. “때로는 모든 게 순식간에 간단해진다”고. 그 길로 동갑내기 제임스를 찾아가 말한다. “재수없는 마을을 떠나자.”

인생은 조금씩 변화해 나갈 거 같지만 살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느 한 순간에 휙휙 달라진다. 나 역시 결혼과 이직, 인사이동 같은 삶의 고비를 맞을 때마다 달라진 나를 발견하곤 했다. 생각이 달라지고, 일상의 감각이 달라지고, 삶이 달라진다.

삶에도 계절이 있고, 그 계절이 바뀌는 순간이 있다. 계속 잘 버텨오다가 문득 너무나 지겨워 잠시도 참을 수가 없다. 마치 게임의 스페이스가 달라지듯. 그럴 때마다 앨리사처럼 “제기랄”을 내뱉게 된다. 더는 지금까지 편안했던 삶의 방식으로는 살아갈 순 없게 됐기 때문이다.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