事件.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주목을 받을 만한 뜻밖의 일.

 사건은 일간지 사회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다. ‘살해 사건’ ‘납치 사건’ ‘강도 사건’…. 주로 강력범죄에 붙는다. 방송에서도 “오늘의 사건사고”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렇다면 사건은 사고나 사태와 무엇이 다를까.

 [사용상 주의사항]

  1. 사고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다. 사태는 ‘일이 되어가는 형편이나 상황. 또는 벌어진 일의 상태’다. 사고는 교통 사고, 화재 사고, 추락 사고, 매몰 사고처럼 사람의 의도와 관련 없이 일어난 일들을 가리킨다. 반면, 사건은 사람이 의도적으로 일으킨 일에 주로 쓰인다. 사태는? 국가비상사태, 유혈사태, 우크라이나 사태, 조국 사태처럼 대개 보다 큰 규모로 일어난 사건에 쓰인다. 또한, 반도체 부족 사태, 유아용 분유 부족 사태, 정전 사태처럼 상당기간 지속되는 어떤 현상을 가리키기도 한다.
  2. 사건은 사건에 그치지 않고 사회를 변화시킨다. 수습하면 마무리되는 사고와 다른 점이다. 김주열 사건은 4.19를 낳았고, 이한열 사건은 6월 민주항쟁을 이끌어냈다. 최순실 사건은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막을 내렸다. 강력사건들은 시민들의 공분을 일으켜 형사처벌 강화로 이어졌다. 사건 하나가 사회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3. 사건을 사고로 부르거나 사고를 사건으로 부른다면 뭔가 관점이나 시각이 들어갔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큰 일이 벌어졌을 때 정치적 입장에 따라 명칭을 어떻게 붙이느냐를 두고 격렬한 대립이 일어나곤 한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부르는 시도가 계속됐던 것이 그 예다. 사고로 부르게 되면 우연성이 강조됨으로써 정부는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된다.

4. 사건 명칭을 붙일 때도 유의해야 한다. 피해자의 이름이 아닌 가해자의 이름을 붙이는 게 맞다. ‘나영이 사건’이 아니라 ‘조두순 사건’이다. 또한, 사건에 지역명이 붙을 때가 종종 있는데 최근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명을 빼줄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지역명이 계속 노출되면 지역 이미지 훼손과 함께 지역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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