疏通.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언젠가부터 ‘소통’이 중요해졌다. 소통을 잘하는 정부가 제대로 된 정부이고, 소통을 못하는 정부는 실패한 정부다. 기업에서도 소통을 잘해야 좋은 상사, 좋은 간부, 좋은 CEO로 인정받는다. 소통, 아무리 생각해도 참 좋은 말이다. 이렇게 좋은 말일수록 아무 곳에나 갖다 붙이지 않는지 고민해야 한다.

[사용상의 주의사항]

 1. 어느 시대든 강조되는 말을 보면 그 말이 가리키는 가치가 그만큼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통이란 단어가 각광을 받아온 건 그만큼 한국 사회의 소통에 문제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소통이란 말이 부쩍 자주 등장할 땐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2. 너무 좋은 말이기 때문일까. 소통이 너무나 자주, 여러 곳에 쓰이면서 식상해졌다. 그러니까, 귀한 것일수록 아껴 써야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소통은 일상이다. 소통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소통을 잘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건 곤란하다. 당연히 해야 할 소통이 시혜처럼 여겨져선 안 되는 것 아닌가.

3. 지난 정부에서 ‘홍보수석’을 ‘국민소통수석’으로 바꿔 불렀다. 알릴 건 알리고 피할 건 피하는 PR이 아니라 국민과 진정성 있게 소통을 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취지였다. 괜찮은 시도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왜일까. 국민소통수석이란 단어가 권위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국민’도 무겁고, ‘수석’도 무거운 단어다. 그 사이에 ‘통’자(字)까지 들어가니 더 거창해질 수밖에.

4. 잊지 말자. 소통은 먼저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말이 많다고 해서 소통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말이 많다는 건 말하기를 즐긴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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